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지금은 나에게 휴학같은 휴식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어플 개발도 하고 자격증도 따고 새로운 것도 좀 여러개 배우고 있다.
뭔가 잠도 안오고 새벽 감성에 젖어 올해 3월에 있던 퇴거 비용 바가지 썰을 한번 써보려고 한다.
1.
나는 3년 반 전에 기숙사를 나와 자취방에 입거(入居)를 했고 그동안 침대도 옮기고 침대에서 방방뛰고 코타츠에서 자고 하면서 살았다.
내가 살던 방의 경우 레이킨(우리나라로 치면 굳이 말하면 권리금..? 프리미엄..? 아무튼 근본 없는 집주인 쌈짓돈)이랑 시키킨(보증금)이 없고 월세가 싸면서 적당한 넓이에 학교는 가깝고 마트는 코앞이고 방음은 최강에(밤늦게 친구들이랑 술먹으면서 소리지르고 노래를 불러도 경찰은 커녕 경고장 한장 안날라옴) 버스정류장도 코앞인 가성비 킹 자리에 살았다.
대신 집이 매우 허름하고 계단에 벌레가 많았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지만... 가격을 보며 그러려니하며 살았다.
월 고정 지출액을 따져보면
월세 28000엔
관리비 5000엔
수도세 2500엔
인터넷비 0엔
광열비(전기세) 2500-6000엔
가스비 3000-4000엔
합계로 한 41000-45500엔 정도 나왔다.
친구들이나 후배들은 월세만 40000엔~55000엔인 집에 사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만큼 신축이고 위치도 좋고 살기 좋아서 솔직히 월세 더주고 좋은데 살껄 그랬나 한 적도 많다.
가격 빼곤 하나 나을 것 없던 집이지만 뭐 싼맛에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저냥 살았다.
광열비같은 경우 친구들은 보통 저만큼 안나오는데, 학과도 그렇고 내가 하루종일 집에서 컴터만 틀어놓고 여름엔 에어컨도 하루종일 틀어놓다보니 저정도쯤은 기본으로 나왔다.
가스비는 1~2년차엔 2000엔 남짓 나왔는데 도중에 기본료가 1000엔 올랐다 (ㅡㅡ)
뭐 아무튼 그런식으로 살던 집이였고 나름 만족하면서 살았다.
2.
그리고 올해 3월 말 대학을 졸업을 하면서 퇴거 처리를 했다.
29일 귀국이다보니 28일까지 견적을 내달라했다.
근데 28일 2시 퇴거하고 저녁 6시쯤 퇴거 비용 전화가 왔는데 말도 안되는 비용을 청구받았다.
17만엔(약 180만원)을 내라고 하는것.
월세의 반년치 정도의 정말 말도 안되는 금액이였다.
엄마한테 전화를 하니 말도 안된다고 그냥 주지말고 오라고 하셨고 (ㅋㅋ) 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난리였다.
왜냐면 분명 퇴거 체크(立会?)할때는 많이 나오면 7~8만엔 나올 거라고 했기 때문에... 물론 이것도 비쌌지만 그냥 내가 긁은 것도 있고 그러려니 했는데 이건 정말 말도 안되서 전화하다가 억 하고 숨이 막혔다.
전화로 직원한테 제정신이냐고 이게 말이 되냐고 방방 뛰며 따지니까 그냥 하이.. 하이.. 거리길래(여직원) 침묵하다 끊었다.
그리고 저녁 한 6시 40분 쯔음 전화가 또 왔는데 그냥 씹었다.
그랬더니 58분쯔음 이메일로 청구서가 날라왔다.
열어보니. 띠용. 7만 8천엔으로 줄었던 것.
3.
그래도 나는 만족할 수 없었다.
일단 관리회사가 너무 괘씸했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따지지 않았으면 17만엔 그대로 가져갔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럴 돈도 없었지만)
그리고 일단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그런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패닉 상태에 빠졌고 공항까지 관리회사랑 결탁한 야쿠자가 쫓아오지 않을까 하는 망상까지 했다.
그날 집을 빌려준 동기는 알겠지만 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아주 별에별 생각을 다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꿀잼 ㅋㅋ
4.
뭐 암튼 나름의 변장(?)을 하고 공항에 갔으나 그딴 일은 없었고 그냥 순조롭게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면서 오늘 평생의 흑역사를 썼구나 생각하며 왔다. (강한 여동생과 엄마는 쫄보라며 놀렸고...)
그리고 이제 돌아와서 퇴거비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근데 그냥 안내기로 했다 ㅋㅋㅋ 꿀잼.
5.
4월 1주차가 평화롭게 지나고 있던 어느날 대학에서 메일이 왔다.
퇴거비용을 안내고 귀국해서 관리회사가 곤란해하고 있다는 메일이였다. (대학에서 보증을 서줬기 때문)
그런데 띠용. 학교 메일에 17만엔이 써있었다.
갑자기 일주일간 쉬고있던 맷돌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잘 쓰면 이건 관리회사를 완전히 골탕먹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에 답장을 했다.
안녕하세요. xxx입니다.
신세를 지고있습니다. (평범한 일본식 인사치레)
퇴거 비용에 관해서 입니다만, 그 집은 그정도의 퇴거 비용이 나올만한 집이 아닙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고 있는 관리 회사로 의심이 되어 일단 귀국 후 학교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또한, 저에게 청구한 금액과 학교에 청구한 금액이 다릅니다.
학교를 상대로도 사기를 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6.
이런 답변을 보내게 된 배경은
1) 관리회사가 학교에 7만 8천엔이 아닌 17만엔을 청구했다는 건 그쪽에선 내가 먹튀를 했다고 판단했고, 외국인 유학생이 먹튀를 한 이상 학교와도 연락이 두절 될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2) 학교에서 연대 보증을 서주고 있는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먹튀한 유학생에 대해서 어쩔 수 없이 배상을 할 것이라고 관리회사가 판단했기 때문에 저렇게 학교를 상대로 과다청구를 했다.
3) 아무리 4년간 유학을 했어도 내가 관리회사와 싸우는 것 보단 학교랑 관리회사를 싸움 붙이는게 나에게 유리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침 엄마의 조언대로 밤에 들어가 방 사진도 찍어 왔고, 갤럭시 특성상 통화 내용도 자동 녹음 된데다 이런 사기 정황까지 있으니 모든 상황이 나한테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이 됐다.
7.
학교에서는 다행히 그런 사정이 있었느냐 우리가 중재해주겠다며 답변이 왔다.
물론 그쪽에서도 당장 내가 돈을 안내면 자기들이 보증인이라 내야될 판이니 당연한 반응이였지만 예상 외로 호의적으로 왔다. (친ㅡ절)
그래서 청구서의 내용을 보면서 나에게 과다청구된 부분(에어컨 청소비, 미장비[벽지]를 나에게 100% 부담시킨 것)에 대해 답변했고, 학교에서도 "에어컨 청소비는 내가 부담할게 아니다" "미장비도 국토교통성의 퇴거비용 가이드라인에 맞게 조정을 요청하겠다" "학교도 고문변호사가 있으니 법적 처리는 우리가 해주겠다" "학교에 청구한 금액과 xx상에게 청구한 금액이 다른 것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라는 답변을 줬다.
8.
그렇게 메일로 주고받고를 몇번 하고 2주 정도 기다리니 학교에서 메일이 왔다. "퇴거 비용의 조정을 요구했으나 동일한 금액(7만 8천엔)을 다시 청구해 왔기 때문에 고문 변호사의 판단에 따라 학교가 퇴거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 라는 보고를 주셨고 "난 감사합니당~" 했다.
9.
2주정도 지나고 나니 학교에서 "관리회사에서 퇴거비용을 낮췄기 때문에 xx상에게 전달한다. 학교측에서는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라는 내용의 메일이 왔다. 난 한 4만엔쯤 될라나 생각을 하고 메일을 딱 열었는데 띠용~ 미장비만 청구되어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청소비 2.8만엔에 미장비용의 한 30-40% 해서 4만엔정도 잡고있던건데 청소비 0원에 미장비용만 1.7만엔 청구가 왔다.
미장비만 1.7만엔이 청구되어있었다. 자그마치 10분의 1로 퇴거비용이 줄어든 것. 바~로 ok하고 송금했다.
10.
이래서 사람은 싸우고 버티고 봐야되나 싶은 씁쓸한 경험이기도 하면서 진짜 값진 경험이기도 했다.
그렇게 패닉에 빠져본 적이 인생에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패닉 예방주사를 맞은 기분이였다.
뭔가 그래도 내고나니 찜찜했던 기분도 사라지고 생각보다 적은 금액에 만족할 수 있었다.
결론은 국립대 갑시다
'일본 >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곰팡이 제거제 추천 (0) | 2017.01.28 |
---|---|
[일본] 한국 폰으로 일본에서 LTE 사용하기 (0) | 2016.11.04 |
[일본] 일본에서 신용카드 만들기 (0) | 2016.10.14 |
[일본] 일본에서 휴대폰 혹은 유심을 구입하기 (0) | 2016.10.14 |